주일 저녁.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저녁반찬이 없다며 마트 좀 들르자고 해서
마트에 들렀다가 닭이 눈에 띄었는지 오랫만에 집사람이 토종닭 한 마리를 들고서
'백숙 한 번 해먹을까?"라며 제의를 해옵니다.
(그래서.........)
찢어 놓은 닭고기를 애들이 부지런히 먹었습니다.
컴앞에 잠시 앉아 있는 내게 집사람이 빨리 맛 좀 보라며 .......
몇 점을 먹는데 육질이 별로라는 생각에 문득 장인 어른이 생각나서 말했습니다.
"전에 장인 어른이 키워 잡아주신 시골닭이 맛있었ㅡ는데..."
"그러게~~"라는 아내의 답변 후
큰 딸아이의 이어지는 말 "근데 엄마 코가 왜 빨개?"
고개를 들어 아내의 얼굴을 보니 아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두 눈에서 눈물을 와락 쏟아 냅니다. 저 또한 눈시울이........
곁에 있던 큰 딸이 아빠 대신 엄마를 꼭 안아 진정시켜 줍니다. 대견하죠?
닭죽을 먹으며 우리 가족은 장인에 대한 대화를 계속합니다.
근데 우리 둘째딸 "슬프면 울어!"하며 아무렇지도 않는듯 내뱉는 말 한마디가 웃음을 자아 냅니다.
자주는 못갔어도 어쩌다 찾아 뵈면
반가이 맞아 주시며 손수 키우신 닭을 직접 잡아 이녁 손주들 몸보신을 해주셨던 내 장인 어른.
무뚝뚝하지만 남자들끼리 느낄 수 있는 장인 어른의 깊은 정을 나는 느껴 압니다.
오는 길에 좋아하시는 약주라도 사드시라고 얼마 안되는 돈을 헐렁한 바지에 넣어 드리면
장모님 모르는 꽁돈처럼 여기시며 기쁜 표정을 지으시곤 했는데 지금은 그 장인이 우리 곁에 안계셔 집사람과 함께 장인을 그리워 하며 행여 우리 아이들이 장인 어른의 생전 모습을 잊어 버리지 않을까해서 아이들에게 장난으로 묻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수현이(둘째) 어디가 제일 예쁘다고 하셨지?"
"볼테기!"
시골에서 있었던 한 순간의 대화였지만 우리 가족 특히 우리 아이들이 기억하는 할아버지와 관련된 깊은 추억인데 아직 기억을 하니 다행입니다.
장모님의 병환(뇌출혈 이후 치매로 현재 요양원)으로 2년여를 혼자 지내시며 문지방을 넘나들때마다 소주 한 잔으로 버티시던 장인은 3년전 어느 초겨울 힘든 이 생을 떠나셨습니다.
닭 한마리가 이렇게 저녁시간을......
다음 놀토에는 애들 데리고 시골 처가(빈집)에라도 가서 장인 어른 산소라도 살펴보고 오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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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사 주간지가 선정한 '지금 세상을 변화시키는 10가지 아이디어, 